언어를 넘어서는 자원봉사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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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한다는 말의 무게

“도와주고 싶어요.” 처음 자원봉사를 신청하던 청년은 그렇게 말했다. 의외로 이런 말은 흔하다. 하지만, ‘도와주는 마음’은 시간이 지나면 종종 모양이 바뀐다. 처음엔 나누는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비교하게 되고, 나중엔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지?’라는 회의가 찾아오기도 한다.

그래서 센터는 말보다 시간을 더 믿는다. ‘이해’라는 단어는 하루 이틀로 완성되지 않으니까.

첫 인연은 어색하게 시작되었다

정아는 20대 후반의 대학원생이다. 한국어 교육을 전공하며 현장 실습으로 이곳에 들어왔다. 몽골에서 온 근로자 ‘바트’와 처음 마주했을 땐, 어색함이 방 안 가득 찼다. 정아는 책을 꺼냈고, 바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앉았다.

처음 며칠간은 말보다 손짓, 표정, 한숨이 더 많았다. “배고파요.” “일 끝났어요.” 단어 몇 개만 오고 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정아는 바트의 억양에서 피로를 읽기 시작했고, 바트는 정아의 침묵이 진심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참고 링크: “이주노동자 언어장벽 허문 한국어 교실” – 쿠키뉴스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 같은 하루를 사는 사람

바트는 한국에 온 지 3년 차다. 고향은 울란바토르 근처의 시골 마을이고, 가족은 여전히 몽골에 있다. 한국에서의 하루는 새벽 다섯 시에 시작된다. 공장에 가고, 서서 일하고, 퇴근하면 그대로 센터로 향한다.

“공부 재미있어요. 사람 있어요.” 이 말은 바트가 4주 차에 한 말이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문장이지만, 센터 사람들은 그 의미를 안다. 그가 하루 중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이, ‘한국어 교실’이라는 사실을.

자원봉사는 일방향이 아니다

정아는 어느 날 노트에 이렇게 적었다. “바트가 고마워요. 말이 안 통해도 기다려줘요. 나는 계속 실수하는데도.” 누가 누구를 돕는 것일까? 자원봉사는 사실, 관계의 다른 이름이다. 어느 쪽이 더 많이 배우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함께 있는 시간 속에서 조금씩 균형이 만들어진다.

센터는 그런 관계의 연결점이다. 다정한 감정이 언어보다 앞설 때, 그것을 끌어안는 장소.

‘문화 충격’은 외국인만 겪는 게 아니다

우리는 자주 ‘이주민’의 시선만 생각한다. 그러나 정아는 이렇게 말했다. “처음엔 나도 충격이었어요. 저렇게 묵묵히 하루를 버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문화의 간극은 양방향이다. 서로의 세계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진짜 대화가 시작된다.

외국인 근로자에게 ‘하루’는 생존이다

센터에 오는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시간을 쪼개서 온다. 가장 바쁘고 피곤할 시간, 쉬고 싶지만 그래도 뭔가 해보고 싶은 그 간극 사이. 그 안에 센터가 있다.

말을 못 한다고 해서 생각이 없는 게 아니고, 질문을 못 한다고 해서 꿈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이유는, 말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정아의 마지막 날, 그리고 바트의 인사

정아의 실습은 두 달이었고, 어느덧 마지막 수업이 됐다. 그날 바트는 편지 한 장을 꺼냈다. 글씨는 삐뚤했고, 문장은 다 틀렸지만, 정아는 몇 줄을 읽다 말고 눈물을 흘렸다.

“고맙습니다. 나 공부 이제 좋아해요. 사람 따뜻해요.” 정아는 편지를 노트 사이에 껴서 집으로 돌아갔다. 아마도 그걸 잊지 못할 거다. 그리고 바트 역시, 앞으로 다른 교사를 만나게 되더라도, 그날의 기억을 마음속에 남겨둘 것이다.

그 사람을 이해하려면, 매일이 필요하다

센터에서 일어난 수많은 이야기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들이 쌓이고,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씩 덜 외롭게 만든다.

우리는 완벽하게 누군가를 이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아주 조금 더 부드러워진다.

같이 있는 시간만큼, 가까워지는 거리

외국인 근로자와 자원봉사자, 이 둘은 서로 너무 다르지만,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쌓아간다. 말이 부족해도 눈빛으로, 문화가 달라도 웃음으로, 우리는 그렇게 가까워진다.

강동 외국인 근로자센터는 그걸 가능하게 만드는 공간이다. 작은 시작이 모여, 하나의 연결이 되고, 그 연결이 세상을 조금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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